상세정보
순례 - 그 높고 깊고 아득한

순례 - 그 높고 깊고 아득한

저자
박범신 (지은이)
출판사
파람북
출판일
2023-03-22
등록일
2023-05-15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67MB
공급사
알라딘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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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삶의 비의와 신의 음성을 찾아가는 머나먼 길
지극한 정신과 육체로 몰아붙인 순수의 여정


박범신 작가가 데뷔 50주년을 맞아 두 종의 산문집 《두근거리는 고요》와 《순례》를 내놓았다. 작가는 1973년 단편 〈여름의 잔해〉로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순례》의 앞의 1, 2장은 오래전 출판했던 히말라야와 카일라스 순례기를 각각 삼분의 일 정도로 압축하고 새로 다듬은 글이며, 뒤의 3, 4장 산티아고 순례기와 폐암일기는 최근에 집필한 글이다. 인생 자체가 결국 순례이며, 육체의 한계를 정면으로 맞닥뜨리면서 겪는 병고의 여정 또한 하나의 순례임을 감안하여 폐암일기를 같이 묶었다. “글 쓴 시기는 사뭇 다르지만, 평생 그리워 한걸음으로 걸어온 날들이 맞춤하니 한통속인지라 어색하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박범신 작가는 ‘작가 50년’을 돌아보면서, 자신에겐 오로지 죽을 때까지 현역작가로 살고 싶었던 ‘문학순정주의’의 가치와 모든 계파에서 자유로운 ‘인간중심주의’ 가치뿐이었으며 오직 그것들을 신봉하며 살아왔다고 술회한 바 있다.
초기의 젊은 시절에는 강렬한 현실 비판적인 단편소설들을 발표했고, 80년대로부터 90년대 초반까지는 수많은 장편 베스트셀러를 펴내 대중의 총아로서 ‘인기작가’의 반열에 올랐으며, 90년대 문화일보에 《외등》을 연재하던 중 시대와의 불화로 돌연 “내 상상력의 불은 꺼졌다”라며 ‘절필’을 선언해 화제가 되었고, 1993년 《흰 소가 끄는 수레》로 문단에 복귀한 뒤엔 ‘영원한 청년작가’로 불리면서 이른바 ‘갈망의 3부작’으로 알려진 《촐라체》 《고산자》 《은교》를 비롯해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는 뛰어난 소설을 계속 펴내는 한편, 자본주의 세계구조를 통렬히 비판한 3부작 《비즈니스》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소금》 등을 연달아 펴내 독자를 사로잡은 바 있다.

양극화되어 있는 대중문학과 본격문학의 영역을 넘나들며 왕성한 집필로 동시에 큰 성과를 이루어낸 것은 우리 문단에서 매우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펴낸 우리 시대의 대표적 작가이고, 25편 이상이 영화, 드라마, 연극으로 제작돼 다른 장르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으며, 네이버에 최초로 장편 《촐라체》를 연재해 수백만 독자를 사로잡음으로써 인터넷 장편발표 시대를 견인하기도 했다.

명지대학 교수로서 수많은 젊은 작가들을 길러낸 명망 높은 문학교사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의 작가 ‘데뷔 50년’은 하나의 전범이 될 수 있다. 이번 펴내는 산문집에서 그는 지난 50년의 문학을 돌아보면서 “나에게 소설쓰기는 늘 홀림과 추락이 상시적으로 터져 나오는 투쟁심 가득 찬 연애와 같았다”라고 술회하고 있다. 아울러 죽을 때까지 현역작가로 시종하겠다고 말해온 그가 최근 몇 년간 소설을 쓰지 못하게 된 계기와 그것이 불러온 사회적인 파장, 그로 인해 받았던 상처와 고통에 대해 내밀하고 아프게 고백하고 있다.

이 책은 무엇이든 삼켜버리고 살집을 키워가는 자본주의적 욕망을 어쩔 수 없다는 듯 허둥허둥 쫓아가는 우리들의 어깨 위에 가만히 손을 얹는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자신과 세상을 돌아볼 것을, 삶에 대한 순정과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나는 왜, 무엇을 찾아, 이 낯선 길을 흘러 다니는 것일까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냉혹하기 이를 데 없는 경쟁, 자학적 수준에 도달한 정신적 분열, 효율성의 구호 아래 일사불란하게 서열화를 이룬 생명의 가치, 실패하면 죽는다는 불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이 대충 이렇다. 육체와 정신이 서로 다른 곳을 배회하니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모를 지경이지만, 이것만은 알겠다. ‘산다는 게 이건 아니지!’

작가는 걸핏하면 짐을 쌌다. 짐은 헐거웠지만, 가슴은 열망으로 가득했다. 초월에 대한 열망이었고, 신성에 대한 열망이었으며, 순수에 대한 열망이었다. 매년 떠난 히말라야에서 고산증으로 정신이 가물거리기도 했고, 킬리만자로 허리에 엎드려 울기도 했고, 캅카스산맥 삼나무 그늘이나 시베리아 자작나무숲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잠든 적도 있었고, 산티아고로 향하는 멀고도 텅 빈 길에서는 또 여러 번 울었다.

히말라야든 킬리만자로든 피레네산맥이든, 그곳이 돌밭길이든 진창길이든 길은 모두 같았다. 자동차도 오토바이도 소용이 없으니 빨리 가고 늦게 가는 것이 별반 차이가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위아래가 없고 사람과 당나귀 사이에도 높고 낮음이 없다. 살아있는 모든 것에게 공평하게 열려 있을 뿐이니,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걷는 것뿐이다. 두 다리 외의 어떤 이동수단도, 편리를 제공하는 물건도, 시중을 들어 줄 사람도 없으며 오직 내 앞에 놓인 길만이 나를 도울 뿐이다. 그러니 이 길 위에 흐르는 존재들은 몸은 고될지언정 불안감에 사로잡히지 않고 영혼은 분열하지 않는다.

순례는 사실 걷는 게 아니다.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아득바득 다가가는 것이 아니다. 길 위에 올라선 채 길이 흐르는 대로 나를 가만히 맡겨두는 일이다. 돌아올 날을 완주의 성취를 기약하는 것이 아니다. 설령 먼 곳에서 바람으로 떠돌다가 혹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영영 잃어버리더라도 주저하지 않는 것, 그것이 흐르는 길에 대한 예의이며 참 순례라고 할 수 있다. 인생도 그렇다. 인생도 결국 하나의 순례이니까.

길 위에선 아무도 가면 뒤에 숨을 수 없고, 누구도 불안에 떨지 않는다. 자신이 본래 그 텅 빈 본성으로부터 걸어 나왔다는 충만감으로 마음속이 환해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숨결을 정밀하게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으며, 자신의 숨결이 본래의 자신과 일치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는 마치 자신 안에 깃든 신이 숨 쉬는 것만 같다. 살을 파고드는 배낭끈이 속살 자체가 되는 듯한 고통마저 신비한 기쁨으로 다가온다. 비로소 ‘고통은 업장을 쓸어내는 가장 커다란 빗자루’라는 말을, 뜨겁게 고통을 바친 순례자들의 비밀스런 축복을 알 것만 같다.

작가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폐렴을 얻었고 돌아와 폐암 판정을 받았다. 이제까지 가본 적 없는 새로운 길이 그 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리고 묵묵히 병고의 순례길을 걸었다. 흩어진 마음을 모아 진심 어린 기도를 드리며….

“만약 내가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고 해도 사랑하는 이여, 나의 죽음을 결코 차갑게 여기지 마소서. 내가 태어날 때와 내가 죽을 때를 구별하지 마소서. 혹 슬플지라도 ‘환하고 따뜻한 슬픔’으로 나를 느끼소서. 내 평생 따뜻한 물로 흐르며 살기를 간구했으니, 갓 낳은 달걀을 두 손으로 쥐었을 때처럼, 탄생처럼, 죽음으로 떠나는 나의 영혼도 부디 따뜻한 파동으로 느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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